쇼앤텔의 두번째 파일럿프로젝트 'pick and place'(2022~)는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와인바 '5시37분'과 협업으로 진행됩니다.
자체기획형 프로젝트 페어 형식으로 운영되는 픽앤플레이스는 기간 별 테마를 설정하고 오픈콜을 통해 창작자와 매개자들의 작업을 굿즈숍의 형태로 디피합니다. '보여주고/말하는' 쇼앤텔의 원칙에 '고르고/놓는' 행위를 더해 문화생산물의 가치를 파급하고자 합니다.
'pick and place'는 전시에서 소비되는 단발적 이미지보다 간직할 수 있는 그림, 투자 가치보다 취향에서 비롯한 개별적 매력을 지닌 그림을 우선합니다. 이를 통해 픽앤플레이스(pick and place)는 나만 알고 싶고 나와 각별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그림들을 발견하고 소개합니다.
<종이호랑이_4>가 포함된 EO HEUNG 시리즈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매개물로서 호랑이를 내세운 연작입니다. 작업의 모티브가 된 동양의 옛말에서 호랑이는 다중적이고 상반된 상징을 가집니다. 이는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권력의 상징, 권선징악의 심판자 혹은 두려운 재난으로서 존재합니다. 호랑이는 용맹한 영웅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감상자 자신에 빗대어져 안위를 기원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각각의 화면에서 연관된 속담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조연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뒤섞이고 모순된 호랑이들은 상황에 따라, 혹은 순간에 따라 변화하는 현대인의 모습과 닮아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몽룡
인공적인 빛들, 2019, 종이에 프린트 콜라주, 20.5x20.5cm
휴대전화 앨범에는 일상과 관심, 주목하는 것들,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들 등 `나`를 대체할 것들이 기록되어 있다. `그라데이션이 돋보이는 공간, 반복적인 대상, 화려한 색, 독특한 형태를 지닌 사물` 등 이러한 기록물을 이용하여 나의 온전한 시선과 작업 형식을 모두 담은 이미지를 생산하기 위해 사진 콜라주를 택한다.
페어 테마 ‘그린 앤 골드’라는 단어에 집중하여 초록과 노랑(골드)의 색이 느껴지는 사진콜라주 작품. 사진첩에 담긴 기록물에서 ‘인공적인 빛들’만을 추출하여 만들어낸 콜라주 이미지.
정재환 N,종이에 목탄,27.9x35.6cm,2022
특별한 기억이나 추억 속의 장면을 생각해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매일 반복되는 주변의 일상에 안도감을 느끼며 살아왔던 탓인 것 같기도 하다. 기억과 상상의 교집합은 (아파트, tv,영화 스크린 등) 직선적인 공간 안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사람들. 나의 방에 쌓여있던 장난감 총들. 낚시가 취미인 아버지 덕에 주마다 종류가 바뀌며 저녁밥상에 올라왔던 물고기들. 지금과 비교해도 별반 다를 것이 없을 수도 있는 기억은 나에게 흐릿하면서도 뚜렷한 이미지로 남아있다.
나는 오픈콜 인스트럭션을 통하여 흐릿한 기억 속에 집에서 키웠던 어항 안의 물고기를 그려보았다. 직각의 어항에 갇혀 입을 뻐끔거리던 물고기는 지금의 눈 앞에 없지만 뚜렷한 느낌으로 나에게 남아 있다. 나는 관람객들과 이러한 나의 감정을 보여주고 익숙했던 것들에 대한 기억에 대하여 소통하고 싶다.
박성아
새겨진 자국, 종이에 크레파스, 25x18cm, 2022
뉘앙스에서 읽혀지는 느낌과 인상은 대상을 형태로 남기는 것이 아니라, 색, 온도, 빛 등으로 인해 그 대상에서 전개되는 다른 감각들의 음영을 찾아 깊은 정서가 드러나게 된다.
김미지
마음자국, 순지에 먹과 암피지에 채색, 25x40cm, 2021
<마음자국> 21개 연작 중 하나. 단순하고 기계적인 움직임을 반복하는 행위는 늘 잘해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는 본인을 다독이는 위로의 몸짓이다. 무엇이든 잘해내야만 한다는 마음 속의 외침을 잊기 위해, 틀려서는 안된다는 스스로의 눈초리를 피하기 위해. 오로지 그림을 그리는 지금, 나에게만 집중하는 이 행위는 머릿속에 떠다니는 수많은 불안의 말과 가쁜 호흡을 가라앉히는데 큰 도움이 된다. 어느새 선으로 가득 채워진 눈 앞의 종이 한 바닥을 보며 맛보는 작은 성취가 마음에 편안한 자국을 남기고 있음을 기억한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느릿하게 쌓아가며 내가 살아내고 있는 오늘이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아진 세계임을 되뇌이고, 나의 마음과 너의 마음에 차곡한 흔적을 남긴다.
장한이 아,쉽지않아, 순지에 채색, 22x22cm, 2022
수많은 관계 속에서 생겨나는 물음과 생각들, 해소되지 못하고 떠도는 감정들, 계속해서 마주해야 하는 상황들… 나의 작업은 이것들을 잘 걸러내고, 담아내고, 떠나 보내는 일을 한다. 어떤 것이 정답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것들이 내 마음 속에 박혀 버리기 전에, 나는 그것이 무언인지 알아내는 노력과 함께 떠나 보낼 준비를 동시에 하고 있다. <아, 쉽지 않아>는 나 스스로 잘 살아 보기 위해 내린 선택들이 쉽지만은 않은 방법일 때, 흔들릴 때,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잠시 서서 내뱉은 말이다.
이준학 자연도형, 종에판넬에 유화, 35x35, 2022
요즘은 사람들이 온라인을 통해 이미지를 찾고 보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실제로 가서 보는 것 보다 앉아서 휴대폰으로 검색하고 찾아보는 것에 익숙합니다. 그래서 저는 광활한 대지나 자연을 픽셀화 된 이미지 통해 보는 행위를 자연의 오브제들이 원기둥 형태의 나무, 동그란 달, 삼각뿔 모양의 산으로 점점 도형화 되고 획일화되는 모습으로 그렸습니다.
도형화 되고 획일화되는 자연에 대한 이야기에 작가의 견해나 판단은 모르게 하고싶습니다. 그래서 도형화 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아름다운 자연, 딱딱한 도형과 부드러운 자연의 공존. 과 같이 여전히 서로 잘 뒤 섞이는 자연의 모습으로 보였으면 합니다.
그로테스큐트
붉은 약속, mixed media on canvas, 24.2x34.8cm, 2022
와인을 잔에 따를 때 넘실대는 모습이 껴안고 있는 연인의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그들은 하나의 붉은 액체로 결합되어 있다 각자의 몸을 가진 연인으로 솟아오릅니다. 와인의 향은 잔 밖으로 퍼져나가며 이 연인들이 곧 분리될 것을 암시합니다. 제 작업에서 결합과 분리는 대극적이면서도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기묘하고 아이러니한 것입니다. 저는 결합은 죽음 욕망을, 분리는 삶에 대한 욕망을 드러낸다고 생각했습니다. 엄마에게서 아이가 분리되어 개인으로서의 삶을 얻고 죽음으로써 다시 자연과 결합되는 것을 일례로, 삶은 끊임없는 결합과 분리로 이루어져있습니다. 하나의 씨앗에서 자라난 포도나무에서 수많은 포도들이 열리고 하나의 포도는 수십 개의 포도 알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이렇게 분리되었던 포도들은 다시금 으깨지고 시간을 거쳐 하나의 결합된 존재인 와인이 되고, 날아가는 향기와 몇 모금으로 분리가 되었다 또 결합된 후 땅으로 돌아갑니다. 땅은 가능성을 지닌 존재로 다시금 분리를 준비합니다.
분리된 삶은 개별 인간의 삶으로 유한하지만 죽음을 통해 삶 이전의 ‘너와 내가 하나였던’ 결합된 상태 즉 ‘내가 사라지는’ 상태로 돌아가 무한한 재탄생의 가능성을 지닌 영원 속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고전 속 비극적 주인공들이 영원히 살아있는 이유는 결합 즉 죽음을 통해 원형 상태로 돌아가며 이야기가 끝맺음됐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들 사랑은 원형에서 끊임없이 분리되어 다양한 삶으로 영원히 반복될 것입니다.
최인엽
어떤 애틋한 세계의 초록, 33x24cm, Acrylic on canvas, 2022
평균화된 감정을 풍경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어떤 계절을 지나면서 초록이란 색상이 제게 강하게 다가 왔던것 같습니다. 반짝이는 색상 사이에서 위안을 삼았던 그 계절의 색상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사랑을 행하는 과정에서도, 우리는 상처를 주고 받곤 합니다. 의도치 않았지만, 애정하는 대상을 다치게 할 수 있죠. 어쩌면 그 모습조차 아름다워, 가해 흔적 자체를 감지하지 못하기도 하고요. 누구의 잘못이라 쉽사리 비난할 수 없는 그 모호한 상황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일 고개 숙인 잎사귀들을 통해 드러낸 작품입니다.
신소진 증발하는 통로, 광목에 아크릴, 33.2x19cm, 2022
<증발하는 통로>는 발자국과 바퀴자국 등을 따라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웅덩이의 윤곽을 가져와 자연 풍경의 한 부분과 합치는 방식으로 그린 작품입니다. 뭔가를 비추기도 하고 가리기도 하는 물웅덩이의 일시적·이중적 특성이 매력적이라 느껴 최근 작업의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 그 얕고도 깊은 공간 너머 혹은 내부를 상상하며 그림을 그립니다.
웅덩이는 바닥의 미묘한 굴곡을 드러냄과 동시에 그것을 메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퍼즐 조각이 됩니다. 그 모양은 상처 같기도 하고, 어딘가의 지형을 축소시켜 놓은 것 같기도 합니다. 채워지고 비워지고를 반복하는 순환의 기호로, 호흡하는 이미지 그 자체입니다. 그것들은 끝없는 구덩이로도, 또 높은 공중으로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통로는 눈앞의 환영이 아니라 눈을 감으면 보이는 잔상 같은 것입니다. 그리하여 마음에 남는 것입니다. 눈을 돌려도 그 심상이 메아리 치듯 머물게 되었으면 합니다.
윤서현 grip, monotype on paper, 19.2x24.0cm, 2022
행운을 붙들고 싶은 나의 염원이 명령된 ‘골렘’ 입니다.
보이지 않는 기지로 찾아낸 '골렘'과
그림 뒤에 숨겨둔 네잎클로버로 당신에게 행운을 염원합니다.
김세은 피어나는 것, 캔버스에 유채, 30x30cm, 2022
영감을 주었던 존재들의 이미지를 여러 번 소화하다 보면 가끔 그들이 다음을 고민하고 머뭇거리는 듯한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내 다시 나아가거나 흘러갑니다. 물속 혹은 우주에 있는 듯 더디고 느려 보일 수는 있어도 다시 유영할 확실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그 힘을 부여하고 표현하며, 다시 역으로 그 힘을 받기도 합니다. 은은한 반짝임으로 도드라지는 유영의 이미지가 감상자의 마음 한편에 자리 잡아 삶을 영위할 원동력 한 조각이 되길 바랍니다.
이현아 Refliped, 유리와 금색펄, 8x8x26, 2022
블로잉(blowing)이라는 유리 기법으로 제작되었다. 작품의 이름은 Refliped (중첩) 이다.
유리가 접혔을 때 형성되는 유리의 특성을 실험한 작업이다.
파이프로 말아 올려 작업자에 의해 불린 유리에는 공간이 존재한다.
이 공간은 유리를 접는 행위를 통해 분리될 수 있다.
또한 분리된 공간은 접합을 통해 다시 하나의 공간으로 결합될 수 있다.
이다예 Floating, oil on canvas, 27.3x22.0, 2021
대상이 공기중에 떠다니거나 떨어지는 모습을 통해 불확실한 순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부유하는 대상이 자유로운 상태가 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한 곳에 머무르거나 정착하지 못하는 불확실한 순간에 느껴지는 감정을 나타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