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흑이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백이라면 역시 아무것도 볼 수 없습니다. 흑과 백은 서로가 필연적인 공생 관계입니다. 둘은 함께할 때 가장 아름답습니다.
그러한 아름다움을 흑과 백의 조화와 불규칙한 선들의 매력을 통해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이리저리 움직이는 선들에 시선을 맡기고 작가가 어떤 방향으로 손을 움직여 나갔는지 상상하고 느끼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 움직임의 흐름을 매개로 관람자의 시간을 작품 창작의 시간으로 불러들여서 그 순간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2. on one another, 사진콜라주, 30X30cm, 2023, 유수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반짝이던 모든 것들은 그 빛을 잃어가며 어둠과 밝음만 남는다. ‘장소’를 직접 찾아가 장소의 모습을 담는 데서 작업을 시작하며, 세월이 묻은 풍경에서 이미지를 선택하고 사물을 집적하고 반복하여 놓으면서, 장소가 가진 본래의 형태를 뚜렷이 한다. 작품안에서 블랙앤 화이트는 시간의 흐름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사물을 볼 때, 빛에 산란되는 색에 갇혀 본래의 모습을 찾지 못한다. 사람의 손길과 시간에 흐름에 따라, 변화한 장소의 모습을 중첩하는 형식으로 콜라쥬 하여, 본래의 형태가 드러나는 작품을 제작하였다.
3. It’s your new skin!, oil on canvas, 37x44cm, 2022, 강채연 / 관절크림조각, oil on canvas, 22x16cm, 2022, 강채연
해당평소 움직이지 않고 강하고 딱딱한 가상적 속성을 가진 도래할 미래 세계와 연약하고 부서지기 쉽고 자연적인 회화적 속성들을 섞어보며 영원히 부식되지 못하는 슬픔과 영원히 존재할 수 없는 슬픔을 마주합니다. 안타깝게 닮아있는 서로 다른 두 세계를 섞어 그 사이의 회색같은 사이지점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설명 내용은 픽앤플레이스 인스타그램과 쇼앤텔 홈페이지에 소개됩니다.
블랙과 화이트, 둘은 이분법적이지만 닮아있고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너무 제어된 것과 제어할 수 없는 것 사이를 지향하는 저의 작업과 닮아있다고 생각했고 그 둘에 의해 필연적으로 생기지만 숨어있는 회색은 제 작업의 주요 색입니다. 이 작업은 투명인간의 스킨은 어떤 촉감일까에서 비롯된 질문으로부터 시작해 인간의 쭈굴쭈굴해지고 노화하는 신체를 통에 담아 그와 반대 지점에 있는 아주 투명하고 플랫한 신체와 섞어 탄생한 사이지점의 스킨을 통에 담아 위에서 바라보는 상황을 그린 것입다. 이렇게 제 작업이 사이지점으로 이동시키는 통로의 역할을 하며, 계속해 픽션에 논픽션읙 가설을 덧붙여 sf적 상황에 대한 상상을 통해 관객들에게 새로운 속성에 대한 탐구와 이야기를 제시합니다.
한 사람의 정체성은 그를 둘러싼 세계와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구성된다. 어떤 관계는 일시적이고도 우연적인 반면 어떤 관계는 필연이라 느껴질 만큼 서로에게 깊은 흔적을 남긴다. 나는 나를 지나친, 그리고 내가 지나온 사람들과 나와 관계에 대해 떠올리곤 한다. 지속되는 관계와 이미 끝나버린 관계. 이는 마치 행성의 움직임과 그 궤도와 닮아 있었다. 행성들은 자신의 궤도를 따라 돌며 다른 행성과 조우하기도 하고 비슷한 궤도를 그리며 나아가기 때문이다.
<조우하다>는 이러한 움직임을 점, 선 그리고 여러 가지 도형 등의 추상적인 요소들을 사용해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다양한 형태의 입자들은 각자의 영역을 가로지르기도 하고 충돌하기도 하며 캔버스 안에서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고 있다. 이는 사회 내에 공존하는 사람들의 다양성을 의미하며 이들의 상호작용은 우리가 사는 세계이자 곧 우리 자신임을 보여준다.
5. 거울_세원지환, oil pastel, seed on canvas, 45.0 x 45.0cm, 2020, 이기찬 / 거울_유진, oil pastel, seed on canvas, 45.0 x 45.0cm, 2020, 이기찬
작은 씨앗을 미디엄에 버무린 후 캔버스에 부착해 질감을 냈다. 오일파스텔은 바니시 마감을 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묻어 나온다. 재료들의 특성에 반해 그림은 견고해 보인다. 기억에서 쉽게 잊힐 수 있는 친구들과의 시간을 화면에 담았다.
그림 속 친구들의 매력적인 자연 곱슬머리와 맨투맨티의 질감 그리고 개성있는 헌팅캡과 뿔테안경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6. 계속되는 딸꾹질, 종이 위에 연필, 19.5×19.5, 2023, 김윤하 / 요루는 밤, 종이 위에 연필, 19.5×19.5, 2022, 김윤하
때때로 어두운 기운이 감도는 영화를 보게 될 때가 있다. 현실의 일들로부터 도피하고 싶을 때, 혹은 그 일들로부터 비롯되는 부정적인 감정들에 맞서기 위해서 본다. <요루는 밤>은 앞선 과정을 거쳐 나온 결과물로, 어느 날 보았던 영화 속의 장면들과 하루하루 고민하고 있는 것들이 뒤섞여 새로운 이야기가 되었다.
<요루는 밤>은 밤과 새벽 그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을 상상하며 그렸다. 현실과 꿈이 흑과 백으로 분명하게 나뉘지 않고 연결된 허구의 세계를 보여주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