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상이동동몽 has come!
SHOW
𝗜사진_양동혁 감독
𝗜촬영/편집_남윤아,손지훈(보조)
〔쇼앤텔 2022 독립기획자 오픈콜 프로그램 선정 도듀이 기획전〕 𝗜전시명 : 《이상상이동동몽 : 욕망의 연대기》 𝗜전시기간 : 9월 1일~9월 25일 𝗜운영시간 : 오후 1시-오후7시(월요일 및 추석연휴 휴무) 𝗜참여작가 : 이피, 지성은, 최수련, 흑표범, 한윤아(연구&텍스트), 히스테리안(연구&텍스트) 𝗜장소 : 쇼앤텔 1층 사무실 및 지하 갤러리 𝗜기획 및 글 : 도듀이 𝗜디자인 : 파이카(pa-i-ka) 𝗜주최 : 쇼앤텔 𝗜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창작산실(공간지원) |
하얀 눈이 지상에 내려와 지상의 존재들과 얽히고설킨다. 얽힘과 섥힘은 그들에게서 본연의 색을 빼앗고, 존재마저도 사라지게 만든다. 그러나 이미 그들은 자신들이 언젠간 사라져버릴 존재임을 알고 있었기에 소멸하기 직전, 자신이 머물렀던 흔적들을 남겨두었다. 그리곤 그렇게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마치 씨를 흩뿌린 것처럼 곳곳에 남겨진 그 흔적들을 한 겹 또 한 겹 들추어 본다. |
나의 기획은 이미 사라진 존재들을 들추는 행위에서 기인한다. 들춰짐의 대상은 ‘눈’과 같이 존재했지만, 이미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러나 눈이 녹아 물이 되고, 그리고 증발해 또 다시 우리 앞에 내리는 것처럼 지금 이 순간엔 사라져버렸더라도 언젠간 다시 현현될 존재들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눈의 생의 마지막을 상상해보면 다음과 같은 말을 하지 않았을까.
“나는 녹을 것이고, 사라질 것이다.”
마지막 말이라고 해도 그들의 사라짐은 완벽한 사라짐이 아니기에, 나는 그들의 마지막 순간의 말에 담긴 모순들을 다층적 관점에서 해체해보고 이를 지금 이 순간, 이 공간에 재구성 하고자 한다. 사라진 존재들은 잊힌 존재이기에 그들을 다시 소환하는 데에는 ‘끄집어냄’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다시금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끄집어내는 행위는 누군가에겐 좋을 수도, 또 다른 누군가에겐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끄집어냄’으로서 기존의 세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의미 부여와 동시에 재 정의를 가능케 하고, 이는 곧 우리 눈에 보이는 것 외에도 그 이면의 세계까지도 들여다보고, 상상하게끔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 씌워진 베일(Veil)을 통해 세상을 본 것이 아닐까. 그러나 시간의 축적만큼 베일의 두터움은 견고하기 그지없다. 그렇기에 그를 벗겨 내려가는 길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언젠간 끝에 닿을 수 있기에 한 겹 한 겹 벗겨 내려가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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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구절은 아이누 설화 중 하나인 <눈 남자> 이야기에 나오는 문장으로, ‘눈 남자’(여인의 남편이었지만, 실체는 신이었음)가 주인공 여인에게 말하는 것이다.
- 작자 미상, 안동진 역, 『시베리아 설화집-아이누인 이야기』, 지식을만드는지식, 2018, p.26
해당 구절은 아이누 설화 중 하나인 <눈 남자> 이야기에 나오는 문장으로, ‘눈 남자’(여인의 남편이었지만, 실체는 신이었음)가 주인공 여인에게 말하는 것이다.
- 작자 미상, 안동진 역, 『시베리아 설화집-아이누인 이야기』, 지식을만드는지식, 2018, p.26
TELL
( )身 : 옆으로 뻗어나가기
‘문신’은 주로 다음과 같은 이미지(혹은 단어)들과 연결된다.
‘타투’, ‘미적 대상’, ‘조폭’, ‘불법’
...
누군가 ‘당신은 문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라고 물어본다면, 지금 당신의 뇌리에 스치는 문신의 이미지는 무엇인가. 대부분이 위에서 언급한 단어와 이미지들을 떠올릴 것이다. 문신은 부정적이며, 나아가 혐오의 대상이 되어버린 씁쓸한 현실 속에서 부유 중이다.
그러나 문신이 혐오의 대상이기만 한 것일까. 아주 오래전부터 세계 곳곳에서 문신 문화는 존재해왔으며, 해당 문화의 민족들은 고통과 인내를 무한히 반복하며 자신만의 무언가를 몸에 지속적으로 새겨왔다. 그 무언가는 한 개인 혹은 일족의 소원일 수도, 역사일 수도 , 우리가 모르는 중요한 무언가일 수도 있다. 이렇듯 자신의 몸에 새김은 자신에게 잊고 싶지 않은 것을 붙잡아 두는 행위 뿐 만 아니라 넓게는 사회적 기능(주술적, 신분 및 종족 표지 등)을 갖고 있어 한 사람이 살아감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였다. 이렇듯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그 이상으로 문신은 그 의의와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문신에게 닥친 현 상황은 이를 편파적으로 보게끔 만든 사회 그 자체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그래서 지금 우리가 문신을 편협적이고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아닐까. 이러한 현상은 중심부(서방국가)의 관점에서 변방을 바라봄에서 기인된 오해와 갈등 더 나아가 통제로 인해 야기된 분쟁의 발발 현상과도 연결되는 지점이 존재한다. 문신 또한 중심부의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문신 본연의 의미 보다는 문신의 외양에 집중해 이를 과대 해석하고 그 안에서 일종의 ‘환상’이 덧씌워져 문신을 온전하게 바라보지 못하게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그 환상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즉, 중심부의 관점과 태도가 아직까지도 문신을 ‘표현’ 보다는 ‘미개함’ 혹은 ‘혐오’로 보게끔 만든 것이다.
이제는 환상에서 벗어나 그 뒤에 숨겨진 문신의 이면과 그를 둘러싼 다양한 욕망들을 섬세하고도 내밀하게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본 전시는 문신의 이면과 욕망에의 집중에서 시작된 것으로, 문신을 둘러싼 다양한 욕망들을 접근에서 비롯되었다. 지금까지의 문신의 문양과 행위 자체에만 집중하거나 미적인 욕망의 측면에서만 문신을 바라보곤 했다. 그러나 문신엔 미적 욕망만을 내포하고 있지 않다. 미개함과 혐오로 점철된 ‘문신’의 오랜 오명은 그 근원을 온전하게 바라보게 힘들게 했다. 어쩌면 이번 기획은 어두운 동굴 속 탐사 와 같아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그러나 탐사의 행위는 곧 나 자신의 성찰의 과정이기도 하기에 계속해서 이 여정을 이어나갈 것이다. 관람하는 모든 이들도 이 행위에 참여함으로써 관련 주제에 대해 무한히 뻗어나갈 수 있는 대화를 이어감은 물론, 문신의 재정의를 시도해 보길 바란다.
그러나 문신이 혐오의 대상이기만 한 것일까. 아주 오래전부터 세계 곳곳에서 문신 문화는 존재해왔으며, 해당 문화의 민족들은 고통과 인내를 무한히 반복하며 자신만의 무언가를 몸에 지속적으로 새겨왔다. 그 무언가는 한 개인 혹은 일족의 소원일 수도, 역사일 수도 , 우리가 모르는 중요한 무언가일 수도 있다. 이렇듯 자신의 몸에 새김은 자신에게 잊고 싶지 않은 것을 붙잡아 두는 행위 뿐 만 아니라 넓게는 사회적 기능(주술적, 신분 및 종족 표지 등)을 갖고 있어 한 사람이 살아감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였다. 이렇듯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그 이상으로 문신은 그 의의와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문신에게 닥친 현 상황은 이를 편파적으로 보게끔 만든 사회 그 자체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그래서 지금 우리가 문신을 편협적이고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아닐까. 이러한 현상은 중심부(서방국가)의 관점에서 변방을 바라봄에서 기인된 오해와 갈등 더 나아가 통제로 인해 야기된 분쟁의 발발 현상과도 연결되는 지점이 존재한다. 문신 또한 중심부의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문신 본연의 의미 보다는 문신의 외양에 집중해 이를 과대 해석하고 그 안에서 일종의 ‘환상’이 덧씌워져 문신을 온전하게 바라보지 못하게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그 환상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즉, 중심부의 관점과 태도가 아직까지도 문신을 ‘표현’ 보다는 ‘미개함’ 혹은 ‘혐오’로 보게끔 만든 것이다.
이제는 환상에서 벗어나 그 뒤에 숨겨진 문신의 이면과 그를 둘러싼 다양한 욕망들을 섬세하고도 내밀하게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본 전시는 문신의 이면과 욕망에의 집중에서 시작된 것으로, 문신을 둘러싼 다양한 욕망들을 접근에서 비롯되었다. 지금까지의 문신의 문양과 행위 자체에만 집중하거나 미적인 욕망의 측면에서만 문신을 바라보곤 했다. 그러나 문신엔 미적 욕망만을 내포하고 있지 않다. 미개함과 혐오로 점철된 ‘문신’의 오랜 오명은 그 근원을 온전하게 바라보게 힘들게 했다. 어쩌면 이번 기획은 어두운 동굴 속 탐사 와 같아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그러나 탐사의 행위는 곧 나 자신의 성찰의 과정이기도 하기에 계속해서 이 여정을 이어나갈 것이다. 관람하는 모든 이들도 이 행위에 참여함으로써 관련 주제에 대해 무한히 뻗어나갈 수 있는 대화를 이어감은 물론, 문신의 재정의를 시도해 보길 바란다.
도듀이_독립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