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hoon has come!
SHOW
TELL
《𝕊𝕡𝕒𝕔𝕖 ℝ𝕦𝕟 𝔸𝕣𝕥𝕚𝕤𝕥 ; 사무의 바다를 달리는 공간》은 어느 순간부터 “작가가 운영하는 공간” 이 아닌 “공간이 작가(운영자)의 멱살을 잡고 하드캐리[1] 하는 상황”에 대한 드립[2] 에서 흘러나온 전시 타이틀이다.
일종의 사명감과 어느 정도 자기만족이 뒤엉킨 상태에서 시작한 공간은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다양한 물음을 끝없이 쌓아 올린다. 사적 공간이 공적 공간으로 변모해 감에 따라 선명해지는 고통은 탁월한 사무감(각) 배양으로 등가 교환되고, 가능하리라 여겼던 덕업일치[3] 소망은 늘어나는 책무와 뒤섞여 아득해진다. 이번 릴레이-프로젝트 전시에서 나는 과함과 극단의 미학으로 무장한 작가 손지훈의 작업세계를 잠시 묻어둔다. 그리고 이토록 번잡스러운 자전적 경험이 마치 물에 운반되어 겹겹이 쌓인 퇴적층처럼 멀티버스(Multiverse)[4] 를 이루고 있는 장소, ‘쇼룸(Show-Room)’을 비워낸다.
어떠한 장소가 의미와 기능을 부여 받아 외부에 연결되면 그 나름의 역사가 생긴다. 또한 인연의 시간들과 사물의 기억이 중첩될수록 공간의 정체성은 뚜렷해지며 특정한 가치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 모든 것이 시작된 지점으로 회귀하여 가시적인 것을 비가시화 한다. 초기화를 통한 리셋, 그리고 부유하는 흐름 속에서 새로운 동기화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행위. 이는 퇴보를 경계하는 진화의 필수조건일 것이다.
휘몰아치는 격류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조용히 유영하는 [i]와 공간(空間)이 있다. 그 앞에 펼쳐질 또 다른 세계선[5] 의 발견을 간절히 바란다.
지도에 없는 i 프로젝트 2021-22 part6. 《𝕊𝕡𝕒𝕔𝕖 ℝ𝕦𝕟 𝔸𝕣𝕥𝕚𝕤𝕥 ; 사무의 바다를 달리는 공간》에 부쳐
_손지훈 작가 노트 중
[1] 『하드캐리』, 팀플레이 게임에서 주로 활용되는 용어로, 게임에서 누구나 인정할 정도로 확실히 게임을 승리로 이끈 사람 혹은 플레이를 캐리(Carry)라 부른다. 말 그대로 해당 게임을 승리로 캐리(업고갔다)했다는 의미. 절대적인 칭찬이다. 좀 더 강조한 표현으로 하드캐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나무위키 ‘캐리’문서의 4번 문단[웹사이트]. (2022.01.22). URL : https://namu.wiki/w/%EC%BA%90%EB%A6%AC#s-4
[2] 『드립』, 애드립의 줄임말에서 유래한 한국 인터넷 은어로 주로 부정적인 의미의 즉흥적 발언을 일컫는다. 후술하듯 부정뿐 아니라 긍정 등 다양한 뉘앙스로 쓸 수 있는 마법의 말이다. 나무위키 ‘드립’문서의 2번 문단[웹사이트]. (2022.01.22). URL : https://namu.wiki/w/%EB%93%9C%EB%A6%BD
[3] 『덕업일치』, 덕業一致. 오덕질을 하는 것과 직업이 일치된다는 뜻을 가진 고사성어 형태의 조어. 수많은 오덕들이 바라지만 이루어지기 힘들고 이루어져도 힘들다. 나무위키 ‘덕업일치’문서[웹사이트]. (2022.01.22). URL : https://namu.wiki/w/%EB%8D%95%EC%97%85%EC%9D%BC%EC%B9%98
[4] 『멀티버스』, 멀티버스(multiverse): '멀티(multi)'와 '우주(universe)'의 합성어(다중우주). 나무위키 ‘멀티버스’문서[웹사이트]. (2022.01.22). URL : https://namu.wiki/w/%EB%8B%A4%EC%A4%91%EC%9A%B0%EC%A3%BC
[5] 『세계선』, 世界線 / World line 상대성 이론에서 사용되는 물리 용어. 러시아 태생의 독일 수학자 헤르만 민코프스키(Hermann Minkowski, 1864~1909)가 만든 시공세계(민코프스키 공간)에서의 세계의 궤적을 나타내는 말. 나무위키 ‘세계선’문서[웹사이트]. (2022.01.22). URL : https://namu.wiki/w/%EC%84%B8%EA%B3%84%EC%84%A0
[2] 『드립』, 애드립의 줄임말에서 유래한 한국 인터넷 은어로 주로 부정적인 의미의 즉흥적 발언을 일컫는다. 후술하듯 부정뿐 아니라 긍정 등 다양한 뉘앙스로 쓸 수 있는 마법의 말이다. 나무위키 ‘드립’문서의 2번 문단[웹사이트]. (2022.01.22). URL : https://namu.wiki/w/%EB%93%9C%EB%A6%BD
[3] 『덕업일치』, 덕業一致. 오덕질을 하는 것과 직업이 일치된다는 뜻을 가진 고사성어 형태의 조어. 수많은 오덕들이 바라지만 이루어지기 힘들고 이루어져도 힘들다. 나무위키 ‘덕업일치’문서[웹사이트]. (2022.01.22). URL : https://namu.wiki/w/%EB%8D%95%EC%97%85%EC%9D%BC%EC%B9%98
[4] 『멀티버스』, 멀티버스(multiverse): '멀티(multi)'와 '우주(universe)'의 합성어(다중우주). 나무위키 ‘멀티버스’문서[웹사이트]. (2022.01.22). URL : https://namu.wiki/w/%EB%8B%A4%EC%A4%91%EC%9A%B0%EC%A3%BC
[5] 『세계선』, 世界線 / World line 상대성 이론에서 사용되는 물리 용어. 러시아 태생의 독일 수학자 헤르만 민코프스키(Hermann Minkowski, 1864~1909)가 만든 시공세계(민코프스키 공간)에서의 세계의 궤적을 나타내는 말. 나무위키 ‘세계선’문서[웹사이트]. (2022.01.22). URL : https://namu.wiki/w/%EC%84%B8%EA%B3%84%EC%84%A0
...
손지훈은 쇼앤텔 전시의 첫 출발이었던 지금의 사무공간을 비우고 이곳에서 자신만의 이야기에 집중해보고자 한다. 전시공간 운영자는 실상 사무 바다에서 하염없이 헤엄친다. 《지도에 없는 i》에 참여하는 모든 공간, 모든 작가가 저마다의 빛과 색이 있으나 사무의 무게만큼은 모두에게 번다하고 공평하게 무겁다.
손지훈은 따라서 사무공간을 하얗게 비워내거나 까마득하게 자신의 축적물로 쌓아 올리는 양 극단의 상황 연출 중 하나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이전 전시에 대한 손지훈의 표현에서 힌트를 얻어볼 때 이전 전시는 사회에서 작동되는 트라우마(trauma), 스티그마(stigma)의 경계를 짚어보았다면 이번 전시는 오롯이 손지훈 멀티버스(Multiverse)를 손지훈의 가능과 경계를 더듬으며 풀어내지 않을까 추측한다.
그럼에도 2022년의 일. 그 사이 열두 번 계획이 바뀐다 해도 이상할 것 없다. 다만 손지훈의 지향은 선명해 보인다. 남윤아, 손지훈의 공간 경험 교차는 쇼앤텔 복기와 전망 양 방향을 위한 최선의 노력이자 선택에 가깝다.
...
정체성에 대해 연구하는 사회학자 나탈리 하이니히(Nathalie Heinich)는 “정체성의 위기는 자기 인식(autoperception), 소개(présentation), 명명(désignation)의 세 순간이 불균형적일 때 발생한다”6)고 표명했다. 《지도에 없는 i》는 현재까지 점화되고 있는 이들 작가들의 자기 인식, 소개, 명명의 세 순간에 대한 예술적 균형에 대해 묻고 찾는다. 예술적 균형은 안정적인 평형 상태를 뜻하지 않는다. 교란에 대한 안정성을 벗어던지고 극단적으로는 삶에, 예술에 거스러미같은 존재가 될 때 불편한 i로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지도에 없는 i》는 다섯 공간, 여섯 작가로부터 출발하지만 거듭 묻고 계속 찾아갈 수 있는 파급력을 갖는다. 이제 시작했고, 끝은 기약 없기를 감히 희망한다. 이 전시는 i의 밀도에 대한 여섯 개의 솔직한 입장을 전하는 것만으로도 값지다. The Show Must Go On! 이 노랫말을 다시 훑어보니 누군가 계속 감내하기를 바라는 자 있는지(Does anybody want to take it anymore)를 묻고 있다. 매일 자신에게 되묻고 있을 이 질문의 이유를 김수진, 지현아, 여인영, 권자연, 남윤아, 손지훈으로부터 들어 본다. 그리고 부디 이들 작가들이 아티스트 런 스페이스 아트잠실, 프로젝트스페이스영등포, 스페이스 원, 낫씽이즈리얼, 쇼앤텔과 짝패임을 운영자의 존재 인식만큼 나란하게 기억해주길 당부한다.
_당신의 밀도도(密度圖) | 《지도에 없는 i (Neither here nor there)》 서문 중
_김현주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6) 나탈리 하이니히, 『정체성이 아닌 것』, 임지영 옮김, 산지니, 2021, p. 137.
6) 나탈리 하이니히, 『정체성이 아닌 것』, 임지영 옮김, 산지니, 2021, p. 137.
손지훈 작가의 개인전을 끝으로 2021년 봄에 기획하여 지난 8월부터 시작되었던 <지도에 없는 i> 릴레이 개인전은 이제 마무리가 된다. 손지훈 작가는 쇼앤텔을 운영하면서 예술가가 공간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경험하였고, <지도에 없는 i>팀에게 아낌없이 이런저런 의견들을 내주었다. 신생공간 이후의 시기에 대해서 어떻게 정의내려야 할지 고민하는 과정에서는 ‘의식의 흐름대로’ 40-50가지나 되는 여러 후보들을 제공해 주었다. ‘침투공간’, ‘대체공간’, ‘대항공간’, ‘미래공간’, ‘과정공간’, ‘자문공간’ 등등 샘물처럼 퐁퐁퐁 수십 개의 아이디어를 제시하였다.
예술가가 공간 운영을 시작하면서, 종국에는 공간이 예술을 생성해 내고, 운영자는 정산과 작가들 간의 일정 조율, 포스터, 카톡하기, 전시글쓰기, SNS하기, 사정상 2시간 일찍 문을 닫게 된다는 각종 공지, 1년에 1-2번 있는 연례행사인 기금신청에 이르기까지 ‘사무의 바다를 헤맬 수밖에 없다’는 뼈아픈 팩트폭격에 가까운 부제는 그동안 예술가와 공간 운영자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오가며 생성된 자연스러운 단어였다.
선유도역 인근에 위치한 쇼앤텔은 작은 윈도우 갤러리의 형식을 띈 1층의 사무실과 건너편 지하에 합판으로 가벽을 만든 전시장 2개로 나뉘어져 있다. 본래 1층의 사무실 공간 만큼만 전시장을 운영하려고 했던 계획은 점차 확장되어서 남윤아, 손지훈 작가는 어느덧 마주보는 두 공간을 운영 중에 있다. 여전히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주변의 가게들은 여전히 쇼앤텔의 사무실을 보면서 무엇을 하는 공간인지 물어보고는 한다. 작은 공간에 꽉꽉 채워 넣은 전시를 위한 각종 집기부터 손지훈, 남윤아 작가의 수집품에 이르기까지 사무실 공간은 점점 맥시멀하게 변모하였지만, 젊은 예술가의 머리에서 솟아나는 아이디어들을 실험하는 과정에서는 여전히 적절한 ‘설명’과 가시적인 효과를 요구받았던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꽉 차 보이는 이 사무실 공간의 한 컷은 윈도우 갤러리를 채우고 있어 대로변에 개인전 이전의 공간의 모습이 그대로 보이고 있고, 작가가 이 개인전을 앞두고 지난 5년간의 켜켜이 쌓인 짐을 밤새 정리하였기에 안쪽의 공간은 오히려 텅 비어 있다. 작가의 노동은 오히려 ‘비우면서’ 시작되었고, 며칠 새의 설치 기간 동안 작가는 핑퐁처럼 예술가와 공간 운영자의 위치가 계속해서 바뀌는 과정을 겪어냈다.
포스트신생공간, 아티스트런스페이스, 공간의 권력에 대한 질문, 전시아카이브, 포스터 아카이브, 웹사이트, 인스타그램 관리, 포토샵, 영상기록, 작가노트, 전시서문쓰기, 지킴이, 정시오픈, 7시퇴근, 월요일 휴관 등등의 사이사이 작은 사각의 공간을 운영하는 규칙에는 남윤아/손지훈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이 없다. 2015년 무렵 촉발되었던 신생공간의 담론이 사그라들때쯤 등장한 쇼앤텔의 지난 5년 간의 역사는 기존의 공간과 또다른 목적, 전시, 담론의 생성을 위해 노력했던 시간들이다. 사각의 공간에 하얀 페인트칠을 하고, 조명을 다는 행위가 있었다고 하여 전시공간으로 금새 탈바꿈할 수가 없고, 작은 규정들이 모여 공간을 작동하도록 운영자의 흔적을 남겨야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지금 손지훈 작가의 ‘예술 행위’가 증명하고 있다.
손지훈 작가 리뷰 《Space Run Artist: 사무의 바다를 달리는 공간》
_고윤정 (독립기획자, 이미단체 대표)
_기획의 글
《지도에 없는 i》 는 서울의 시각예술공간을 중심으로 Artist-Run Spaces 다섯 공간 (아트잠실, 프로젝트스페이스영등포, 스페이스원, 낫씽이즈리얼, 아티스트런스페이스쇼앤텔) 과 함께 시작한 공간 협력 프로젝트이다. 지도상에 정확히 위치한 공간과는 달리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의 위치는 불확실했다. 공간에 있지만, 공간에 없는 운영자의 모호한 정체성에 관한 의문으로 시작한 ‘𝗶’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작가로서 지속적인 작업을 위한 공간으로 출발하였지만, 사람이 모이기 시작하면 운영자가 되고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하면 기획자가 되어 있기도 했다. 사적인 공간으로 시작하여 공적인 공간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공간운영자의 개인전을 개최하는 이 프로젝트는 2021년 첫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지역과 장소를 확장하여 예술가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공간과 그곳을 운영하는 작가에 관한 지속적인 연구를 진행해 보고자 한다. _황수경 현재 전시는 PART1의 김수진 (아트잠실) -> 지현아 (프로젝트스페이스영등포) -> 여인영(스페이스원) -> 권자연(낫씽이즈리얼) 에서 각각의 개인전을 마치고 -> PART5 남윤아(쇼앤텔_전시장) 개인전이 마무리되고 이어지는 PART6_손지훈(쇼앤텔_쇼룸) 전시가 진행중이다. |
----------------------------------------------------------------------------------------------------------------------------
𝗶기획
황수경 Sukyung Hwang @bom_su_kyung 𝗶참여 작가 김수진 Soojin Kim 09.02 ~09.16 @art.sjkim 지현아 Hyuna Ji 09.25~10.10 @hyunaji 여인영 InYoung Yeo 09.30~10.14 @inyoungyeo 권자연 Jayeon Kwon 12.03~12.23 @jayeoniiiii 남윤아 Yuna Nam 01.08~01.23 @yunayunarang 손지훈 Jihoon Son 01.18~01.29 @castleking87 𝗶참여 공간 아트잠실 ArtJamsil 프로젝트스페이스영등포 Project Space Yeongdeungpo 스페이스원 Space One 낫씽이즈리얼 nothingisreal 아티스트런스페이스쇼앤텔 Artist run space show and telll 𝗶글 김현주 Hyunju Kim @diewinterreise 고윤정 Yoonjeong Koh @yoonjeong_koh 𝗶영상 제작 남윤아 Yuna Nam 촬영 보조 손지훈 Jihoon Son 𝗶협력 공간 : 프로젝트미래유통 Project Miraeyutong Vertical Divider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