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youn has come!
SHOW
"그림"
TELL
저의 페인팅 작업들은 회화적 언어로 전환된 헤드라인/재난의 사진들입니다.
재난/사건 이미지를 페인팅으로 변환함으로써, 바르부르크가 말하는 선험적 기억이 담긴 이미지 “디테일”을 회화적 언어로 만들어내려고 합니다.
이것은 인류가 역사를 통해 기억하는 선험적 감정기억을 페인팅으로 어떻게 이미지화하고 전달할 수 있을지 고찰하고자 함입니다.
페인팅의 과정을 통해, 특정 사건 자체의 서사는 되도록 제거되고 회화 특유의 제스처만 남습니다.
저는 이런 저의 페인팅들을 ‘잔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표현하고자 합니다.
이 ‘잔상’만으로는 원본에서 변형된 형태 때문에 본래의 사건이 무엇이었는지 단순히 추측만 가능할 뿐 그 내용을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캔버스 위로 붓터치와 색감 등 회화적 디테일로 재현된 재난의 이미지는
관객에게 “잔상”처럼 그 감각 경험이 지워지지 않고 지속되어 다가가길 바랍니다.
작가노트_김가연
재난/사건 이미지를 페인팅으로 변환함으로써, 바르부르크가 말하는 선험적 기억이 담긴 이미지 “디테일”을 회화적 언어로 만들어내려고 합니다.
이것은 인류가 역사를 통해 기억하는 선험적 감정기억을 페인팅으로 어떻게 이미지화하고 전달할 수 있을지 고찰하고자 함입니다.
페인팅의 과정을 통해, 특정 사건 자체의 서사는 되도록 제거되고 회화 특유의 제스처만 남습니다.
저는 이런 저의 페인팅들을 ‘잔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표현하고자 합니다.
이 ‘잔상’만으로는 원본에서 변형된 형태 때문에 본래의 사건이 무엇이었는지 단순히 추측만 가능할 뿐 그 내용을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캔버스 위로 붓터치와 색감 등 회화적 디테일로 재현된 재난의 이미지는
관객에게 “잔상”처럼 그 감각 경험이 지워지지 않고 지속되어 다가가길 바랍니다.
작가노트_김가연
[ 회화가 포착한 기록사진의 이면 ]
평온하던 일상이 사실은 너무도 쉽게 깨질 수 있다는 것을 뉴스를 통해 실감할 때가 있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균열은 때때로 세상이 깜짝 놀랄 만큼 커다란 파열음을 내며 타오르거나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그때 보았던 빌딩을 향해 돌진하는 비행기, 시커먼 바다 속에 선미만 남은 배의 이미지 등은 이제 우리 모두가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아갈 일종의 기억의 해시태그(#)가 되어버렸다.
작가 김가연의 그림을 처음 대면할 때면 그 네모 반듯한 반추상 회화 속에서 일종의 길 찾기가 시작된다. 작품 속 구석구석 어딘가 익숙한 형상의 단서들이 하나 둘 포착되는데, 그 실체에 대한 불완전한 확신이 더해갈 수록 일종의 불안감과 무력감도 함께 따라오곤 한다. 이러한 불안과 무력의 원인은 아마도 그의 회화 속 이미지 단서들이 언어로 인식되기 이전에 앞서 말한 재난의 해시태그가 자동으로 검색되어 연상되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김가연의 회화는 그가 매일 뉴스를 통해 접하는 대형 사고의 보도사진에서 출발한다. 전 세계가 공유하고 말, 이 비극적 기록에서 작가는 무엇에 주목했을까?
사실 그는 각 보도사진의 면면을 재현하는데 그다지 주안점을 두지 않는다. 오히려 작업의 영감을 준 해당 사진이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이면의 서사를 회화적 수사로 해석하려는 시도를 보인다. 사진이란 매체의 파괴력은 어쩌면 그 정지되어 분절된 서사 속의 여백에서 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아무리 상세한 기록일지라도 순간을 포착한 사진은 파편적 정보를 담을 수밖에 없고, 이 파편의 틈새들은 곧 해당 사진을 본 개인의 상상력과 기억으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적 기록으로 유효한 사진 매체도 결국엔 개개인에게 서로 다른 잔상으로 남아 각기 다른 시간대에 환기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사진이 가리키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 너머로 그것이 사회에 강력히 호도하는 불안정한 기억에서 망각까지의 과정을 벗어나 작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공적 기록을 아카이브하려는 시도를 보인다. 이를테면 보도사진이 전하는 파편적인 기록의 조각들이 회화라는 영역에 어떻게 용해되어 또 다른 이미지로 재구성될 수 있는지를 실험하면서 말이다.
독일의 예술사가 아비 바르부르크(Aby Warburg)는 방대한 이미지들을 도상학적 분류로 나누어 시대와 지역을 넘나들며 끊임없이 되돌아오는 도상학적 아이콘을 발견하고자 했다. 선형적으로 이미지를 해석하며 시대를 나열하던 전통적 방식의 도상해석을 벗어나 무(無)시간적으로 이미지 자체의 힘에 주목했던 바르부르크처럼, 어쩌면 김가연은 사건의 경중에 따라 일방적으로 소비되면서 동시에 날마다 새로운 사건으로 덮이고 잊히는 보도사진 속 이미지 아이콘을 자신만의 회화 방법론으로 발견하고 아카이브화하길 시도하는지 모른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보도사진이라는 기록의 퍼즐에서 몇 조각을 떼어내 캔버스 위에 구축한 새로운 미로를 마련했다. 캔버스에 붓이 한 번 스칠 때마다 하나의 형용사가 추가되고, 그렇게 쌓인 물감의 궤적이 캔버스 위에서 하나의 문장을 만들길 바란다고 작가는 말한다. 사실의 느슨함 사이를 유영하며 자유로이 직조해낸 그만의 서사가 오늘의 사건을 어떻게 기록할지 궁금하다.
_윤하나 (2019 독립큐레이터, 전 미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