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iwanono and RyuJun have come!
SHOW
내 마음에 보물상자가 있다면 아마 그것은 어설프게 꾸며진 종이 박스일 것이고, 거기에는 이런 것들이 들어있을 것이다. 강가에서 주워온 돌멩이, 버리려고 쌓아두었지만 결국 실로 엮어 간직하는 낙서 묶음, 깊은 고민 없이 잡초처럼 자라난 이야기. 나비와 토끼와 다람쥐와 바람과 열매씨. 우연히 닿은 남루한 술집과 언덕의 풍경, 다듬지 못해 오히려 와글와글 살아있는 상상의 조각 조각들.
전시의 주제인 반달곰은 종이컵에 무심코 그렸던 낙서이다. 반원 세개에 원 세개를 모아 그려진 곰의 얼굴. 그건 너무나 단순해서 계속 그릴 수 있었다. 단순한 형태로, 무심한 표정으로 자꾸만 증식해 몸을 불리려는 의지가 느껴졌다. 나는 종이컵을 버리지 않고 구겨지지 않도록 소중히 싸 들고 돌아왔다. 그리고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얘는 반달곰이야, 이렇게 계속 반복해서 그릴 수 있지. 엉뚱한 내 말에 류준은 재미있다며 학교에서 배우는 프로그램으로 반달곰이 증식하는 걸 만들어볼 수도 있겠다, 라고 대답해주었지만, 그 약속이 유예되지 않고 전시로 이어지게된 것은 전부 반달곰의 소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리면 그릴수록 그리는 나도, 그림 속 친구도 생생하게 살아난다. 그건 내 오랜 믿음이다. 살고자 하는 반달곰의 의지를 받아 빈 벽을 가득 채워보고 싶다. 순간과 순간을 모아 긴 시간을 이루고 싶다. 손바닥만한 반달곰을 모아 붙일 것이다. 전시장이 통째로 반달곰이 될때까지. 모름지기 작품은 어때야 한다던가 그런 생각을 하면 명치가 아프다. 걱정이 앞서면 거짓말이 하고 싶어지고, 거짓말은 지긋지긋하다.
_아니와노노의 노트
《반달곰과 반달곰속 반달곰》 전시서문
“여기 낙서하는 한 사람이 있다. 그는 무심코 종이컵을 집어 들었고, 의도치 않게 반원 세 개와 원 세 개를 끄적였다. 단순하고 어설프게 시작한 행위는 물 흐르듯 반복되었고 작은 세상 속 나열된 상상의 조각들은 점차 의지를 지닌 채 형상이 되었다. 그렇게 어느 날 어느 곳에서 자의식을 지닌 반달곰들이 발견되고 있었다.”
무언가를 반복하는 것은 대상의 의미를 지우거나 혹은 덧씌우고 세계의 끔찍함으로부터 사람을 무뎌지게 만든다. 하지만 이것은 지극히 ‘자발적 지루함’ 으로부터 오는 안도감을 위한 하염없는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작가 아니와노노는 낙서에 의지를 부여하고 관계를 맺고 삶의 동반을 약속한다. 이와 같은 일련의 행위는 창조에 대한 사명감을 넘어 일종의 독자적 생태계마저 구축한다. 혹자가 말하길 낙서는 예술이 아닐지 몰라도 분명 달곰이[1]들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의식은 틀림없이 예술의 영역에 접해있다.
그림 그리기를 반복할수록 생생해지는 생명력을 느끼고 설명할 수 없는 힘에 이끌리듯 작가는 이미 그들을 살아 숨쉬는 실체로 인식한다. 환영과 삶의 경계에서 관찰자의 태도를 견지하며 끝없이 같은 형상의 패턴 그리기를 반복하여 이내 자기세계로 침잠하고 무한한 자기투영과 복제를 계속한다. 이는 삶에 대한 의지와 믿음을 찾아 나서는 개인적 순례길이며 그 과정 속에서 작가는 진정한 자신의 욕망과 마주한다.
전자음악가 류준은 이 확고한 삶의 의지와 욕망에 기술적 변주로써 화답한다. 그에게 반달곰은 아껴주고 생각해주고 무한한 애정을 쏟아 부을 수 있는 대상이자, 동시에 명료한 규칙 속에서 탄생한 알고리즘 집합체이다. 낙서의 반복적 이미지로부터 기인한 패턴에서 데이터 수치 값을 뽑아내고, 사운드와 알고리즘 프로그래밍[2]을 통해 달곰이들에게 독립성과 자율성을 부여한다. 물질을 해체하여 비물질화하고 예술과 기술의 접점을 만들어 감각의 변형 및 증폭을 유발하는 방법론은 달곰이들의 의미를 확장시킨다. 그럼으로써 달곰이들은 스스로 목소리를 가지고 증식한다. 반달곰에게 증식은 곧 삶의 의지이다. 그는 믿는다. 무한한 돌봄과 신뢰 속에서 달곰이들은 그 스스로의 의미를 획득하고 살아 움직일 것이라고.
《반달곰과 반달곰속 반달곰》 에서 아니와노노와 류준은 적어도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오히려 세계로부터 멀어지거나 무감각해 질 요량으로 반복과 복제의 방법론을 사용한다. 정보를 복제하는 일이 자기 자신의 존재를 대변하는 일이 되고 그것은 곧 또 다른 사람-존재로 인하여 변형되고 진화되어 무한히 반복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작가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낙서의 태생적 속성인 순수성은 전략적으로 채택되고 기술적으로 변주된다. 그렇게 발견된 반달곰들은 순간과 순간을 이어 투명한 생명력을 쟁취한다.
매일 무수히 많은 이미지를 생산하고, 무의식적으로 밈(meme)[3]을 소비하며 전파하는 세대는 개인주의와 방관자적 태도로 세상과 거리를 둔 아티스트들이다. 스스로가 자신의 부재를 방관하는, 즉 ‘진저리 나는 현생을 바라보는 절박한 태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반복과 복제는 세계를, 자기 스스로를 타자화 하고 현실의 끔찍함으로부터 회피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론에 불과한 것인가 라는 의문이 남는다. 하지만 적어도 달곰이들은 스스로의 의지와 소리를 갖고 창작자조차 예측 불가능한 매력적이고 생경한 풍경, 그리고 분명 놀라움과 이상함으로 가득 찬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반달곰더러 “살아보자~살아보자~” 라고 격려를 건넨다. 전시장을 한 바퀴 돌아 메아리 치는 자전적 물음에 응답할 수천, 수만의 반달곰들을 발견하는 것은 현생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몫일 것이다.
_쇼앤텔 운영자2 손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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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달곰이 : 세 개의 반원과 세 개의 원으로 이루어진 반달곰 낙서의 애칭, 2022, <아니와노노 作>
[2] Max/MSP/Jitter : 미디어 아트에 특화된 사운드, 3D, 비주얼 프로그래밍 언어 및 그 개발환경이다, 1991, <Opcode 社>
[3] Meme : 밈은 한 사람이나 집단에게서 다른 지성으로 생각 혹은 믿음이 전달될 때 전달되는 모방 가능한 사회적 단위를 총칭한다, 1976,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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